“에세이만 해서 돈이 돼요?” 이런 질문을 받으면 무슨 생각이 드는가? 굉장히 불쾌하고, 무례하다? 맞다. 내게 저런 무례한 질문을 던진 사람이 만일 우리에게 어마어마한 투자를 한 투자자라면 이해할지 모른다. 다만, 나름 동종업계라고 불리는 유학원에서 저런 질문을 던졌다면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몇 년 전, 한국에 방문했을 때 일이다. 일정을 마무리하고 미국으로 돌아오기 며칠 전, 한 업체로부터 이메일을 받았는데 학생들의 에세이를 맡기고 싶은데 자세한 사항은 만나서 이야기해 보자는 것이였다. 회사 이름을 검색해보니 규모도 있어 보이고 홈페이지도 잘 꾸며져 있어서 꽤 괜찮은 업체인가보다 했다. 당시 난 제주에 머무르고 있었기에 서울까지 가는 것이 조금은 번거로웠지만 좋은 기회가 될 수 있겠다 싶어 미팅 일정을 컨펌했다. 미팅을 요청한 유학원장 대신 부원장, 실장이라는 사람들이 날 맞이했고, 원장님은 곧 오실 거니 기다리라고 했다. 20분 뒤 늦어서 죄송하다는 말도 없이 나타난 원장이라는 사람은 톡톡 쏘는 말투로 오늘 미팅의 목적을 잊었는지 생뚱맞은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에세이만 해서 돈이 돼요?” 내 귀를 의심했다. 에세이를 맡기고 싶어 디테일을 논의하자고 한 미팅이 아니었던가? 어떤 프로세스로 업무를 하는지, J&B가 추구하는 글의 스타일은 어떤 것인지 등 내가 생각한 질문과는 달리 에세이만 해서는 돈이 안 될 텐데 어떻게 에세이만 할 수 있는지 우려(?) 섞인 질문과 함께 다짜고짜 입학에세이와 리서치 페이퍼의 가격이 얼마냐고 물었다. 유학사업 외 SAT, AP, IB 등 학원사업도 함께하는 것처럼 보였는데, 교육자 위치에 있어야 할 저 원장의 머릿속엔 온통 우리를 이용하여 어떻게 하면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만 있어 보였다. 직감적으로 이런 곳이랑은 일하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기본적인 예의도 없는 곳에 우리의 글을 제공하고 싶지 않았다. 얼른 미팅을 마무리하고 유학원을 빠져나오는데 엘리베이터 옆 알림판을 보게 되었다. SAT 겨울방학 특강, 미국유학컨설팅 학부모상담회, 아시아국가대학입학전략설명회, 캐나다홈스테이연계형 유학, 에세이대회준비반 모집 등 너무 많은 프로그램들을 보게 되었다. ‘이유학원.. 줏대 없이 각종 사업을 다 하는구나. 현재 진행하는 프로그램만으로는 돈이 안 되니에세이에도 집적거리는구나’ 그러니 에세이만하는 우리가 걱정(?)돼 오지랖을 펼치셨나 보다. 이 유학원 뿐 만 아니라 한 때 J&B에게 업무를 맡겼던 유학원, 컨설팅 업체들 대부분 비슷하다. 크게는 유학 행정 업무로 시작해서 에세이의 비중이 높아지니 외주업체 찾아 삼만리 하며 돈 벌기에 급급하다. 유학원이 하고 있는 게 경영학에서 말하는 정석의 경영인지 모르겠다. ‘에세이’라는 수요와 니즈가생겼으니 일단 넣고 보는 것이다. 하지만 에세이는 도넛만 팔던 가게에서 ‘커피’라는 음료 메뉴 하나 추가하듯 그렇게 쉽지 않다. 단순히 ‘돈’으로 본 에세이는 얼마나 큰 재앙을 낳는지 모르는 것 같다. J&B의 오렌지프로그램은 대학입학을 위한 포트폴리오 제작 프로그램으로 10학년, 11학년 고객들과 함께 Independent Study Papers를 준비하는데, 우리 고객님들은 우리 프로그램에 찬사를 아끼지 않으면서 타 업체와 비교하여 우리의 강점을 설명해 주시는데, 그 이유가 기가 막힌다. “타업체에서는 강사를 중심으로 강사가 원하는 주제를 하나 선정한 후 일정 수의 학생들을 모집해서 강의식으로 리서치 페이퍼 작성을 도와줘요. 그러다 보니 페이퍼의 전개나 결과가 거의 비슷해요”“저희 아이는 AI에 관심도 없는데, AI에 관한 내용을 리서치페어퍼로 작성해야 대학교 가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해서 울며 겨자 먹기로 준비했었어요”“J&B는 저희 아이가 지원하는 대학과 전공에 맞춰 리서치페이퍼의 주제선정도 직접 도와주시고 1:1 컨설팅으로 모든 세션이 이뤄지다 보니 정말 하나밖에 없는 리서치페이퍼 (소논문)가 완성된 것 같아 뿌듯해요” 대학교 입학 원서에 나의 강점을 ‘리서치페이퍼’라는 매개체를 통해 부각을 해야 하는데, 강사의 전공을 중심으로 주제선정을 하고 학생의 관심사나 경험, 수상 내역, 연구하고 싶은 분야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페이퍼를 공장식으로 만들어 내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이쪽 업계에 있는 사람들 대부분 내가 만났던 유학원장의 마인드와 크게 다르지 않다. 교육 사업을 한다는 사람들이 어떤 것이 돈이 될까만 궁리하다 보니 쉽게 에세이까지 넘보고, 에세이를 통해 수익창출 모델 만드는 데만 신경 쓰다 보니 본인들이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전혀 인지하지 못하는 것 같다. ‘Independent’라는 단어가 명시하듯 리서치 페이퍼는 나만의 것 이여야 하고, 유행을 따라서 너도나도 인기 있는 주제로 쓰는 그런 에세이가 아니라는 것, 최소한 이것만은 알고 사업화했으면 한다. 더 이상 우리 고객들이 다른 업체의 실태에 대해 고발해 주지 않았으면 한다. 모든 비즈니스의 첫 번째 목표는 이윤창출이 되어야 한다고 경영학 교과서에 쓰여 있는지 몰라도 이는 분야마다, 그 회사 창업자의 성향마다 조금은 다를 것이다. 우리 J&B는 교육을 제공하는 업체로서 이윤창출 이전에 우리의 교육 (에세이컨설팅)으로 인해 고객들이 원하는 성과를 얻을 수 있는지를 최우선으로 삼고 있다. ‘에세이’라는 분야는 돈으로 생각해서 할 수 있는 그렇게 쉬운 사업 모델이 아니라는 거 알아주시길. 유학원 원장님, 우리가 에세이로 잘 먹고 사는지 걱정할 시간에 본인들 전문성을 좀 기르고 사업 모델을 다시 구성하세요. 그리고 11학년 학생들이 작성하는 리서치페이퍼의 목적을 알고 강의하시기 바랍니다.